<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을 읽고
다시 개나리 꽃이 피었습니다 /정수현
세월호 1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길가엔 개나리꽃이 피고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준비합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검찰의 수사는 종료됐습니다. 잊혀졌던 언론의 취재정신은 받아쓰기 보도로 드러났습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고 행정은 엉망인 상황에서 청와대와 행정부는 말 뿐이었습니다. 구조대원은 다름아닌 민간 잠수부들, 그리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국민이었습니다. 600만 명의 서명과 3만 명의 단식이 진행됐고, 작년 11월 19일엔 국민들의 성원으로 특별법도 제정됐습니다. 유가족에 대한 전국의 추모행렬은 끊이지 않았고 대규모 집회도 열렸습니다.
올해 1월, 다시 차분해진 추운 겨울. 한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끓는 마음이 담긴 유가족들의 육성 기록입니다. 열세가족의 이야기를 글로 풀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이 흘렀을까요. 책은 가족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아이들의 흔적, 지워내야 할 상처를 아프게, 담담하게, 그리고 긍정으로 풀어냈습니다. 이름 하나, 단어 하나, 문장 하나씩 힘겹게 쓰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에 동감돼 비통을 넘어 화가 났습니다. 진짜의 감정을 읽었는데, 진심이 바로 느껴지는데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정부도 언론도 하지 않는 일을 유가족이 스스로 하고 있다는 것. 기댈 곳이 없는 답답함을 책에, 리본에, 집회에, 전단지에 담아 그 뜻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작게나마 이 일에 동참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남아있는 안타까움을 덜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믿을 것은 시민의 힘, 국민의 힘이며 이 힘으로 진실을, 안전을, 그리고 사회에 활력과 온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과연 누가 누굴 위로하는 걸까요. 오히려 제가 유가족으로부터 삶의 긍정과 가능성을 위로받고 있었습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가족의 이야기지만 결국 메시지는 다릅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달라진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달라져야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진행을 멈춘 세월호 특별위는 움직여야 하고 인양과 재판은 제대로 시작해야합니다. 그리고 구조과정에 있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국정원, 언딘, 해경 등 기관에 대해 제각각 맥락과 앞뒤를 알아내야 합니다. 감지하지 못한 또 다른 인명피해를 막아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진실만이 아닙니다. 한 생명이라도 소중히 지키고 아끼려는 의식과 어떠한 권력에도 휘둘리지 않을 시민의 힘입니다.
'별 헤는 밤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센스의 차이>, 이시와타 고이치 (0) | 2015.06.04 |
---|---|
F.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0) | 2015.04.05 |
[책] 뉴스의 시대 (0) | 2015.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