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보러 가는 길이 이리도 설렐 줄이야
내가 지금 꿈이 아니라면 당신은 아마 그곳에서 웃으며 날 기다리고 있겠지.
만나게 될 그 순간 더 이상 다잡을 마음이 없다는 게 아쉽고 서운하지만
긴 이별의 시간 동안 내내 바라왔던 순간이야.
그 길 위에 머뭇거리고 주저했던 우리의 마음이 더 넓고 풍요로워져있길 기도해.
그리고 함께 새로 걷게 될 인생이 기대되고 설레.
길고 길었던, 그리고 특별했던 시간들이 참 만족스럽다.
물론 그동안 완벽하진 않았어.
만일 완벽이란 걸 경험했다면 난 아마 지금 더 나은 걸 경험하지 못했을 꺼야.
그리고 완벽하면 재미없고 시시해. 안그래?
가자! 더 큰 세상으로.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도 구하고 수많은 난관을 겪어왔던 우리인데 앞으로 더 못할게 뭐가 있겠어.
항상 이 여행의 끝은 어딜까 생각해 이 길의 끝에 우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얼마나 멋지게 변신해 있을까 하고 말야. 근데 사실 우린 변하지 않을 것 같아.
여전히 처음 만났던 고유의 성질과 색과 빛깔을 비추고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난 그 색을 참 좋아하고 있을 것 같아.
잠깐의 시간으로 그 색이 변할거면 애초 우리의 색은 선명하지도 예쁘지도 않았을 거야.
물론 너무 선명해 눈이 부셔 피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색도 바래고 빛도 바랠 것 같긴 해.
난 그 색도 참 기대되고 예뻐.
개성이, 고유의 색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시간과 함께 나이들며 흉내낼 수 없는 색 말야.
그게 정말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
도대체 얼마나 더 아픔과 슬픔을 겪고 즐거움과 환희를 느끼고 찾아오게 될까.
어쩌면 그게 인생의 참 재미일지도 몰라. 그래서 좋긴 해. 끝이 궁금하니깐.
다음이 상상되고 기대되는 그 순간을 떠올리면 코 끝이 달콤해지고 즐거운 웃음소리와 따뜻한 미소가 그려져.
길가엔 꽃이 피고 곳곳에 주렁주렁 열매가 열린 나무들, 그리고 나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당신의 얼굴과 귀여운 아이들과 동물들이 상상돼.
다치고 멍들었던 마음들이 살아온 시간을 얼룩지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
그냥 단순한 삶의 일부인 것 같아. 빛과 어둠은 언제나 찾아오고 존재하는 자연의 섭리니까.
싸울 땐 싸우더라도 돌아서면 잊었었고 다시 웃었어. 그럼 됐어. 함께 웃을 때 그저 즐겁고 좋으면 된거야. 그리고 다시 두 손 놓지 않고 잡으면 돼.
당신은 나의 최고의 파트너야. 이 여정에서 누구보다 빛났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야. 항상 지나고, 끝나고, 이런 생각이 드는게 미안하고 웃기지만 말야.
당신이 가지고 있는 어린 면이, 부족한 면이 처음에 내겐 어색하게 다가왔을 지도 몰라.
하지만 그 면면이 담고 있는 생각과 배려가 느껴질 때면 헤아리기 어려운 마음이 느껴져 감동하곤 해. 내가 사랑으로 보듬고 아껴주지 못했던 마음 한켠이 미안할 뿐야. 나는 당신이 좋으니깐.
이 여행이 완전히 끝나 다시 오랜만에 마주보고 만났을 땐 그저 미소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자. 그럼 정말 어른이 된 거 맞겠지?
하늘의 태양과 어둠 속의 별과 달에게 받은 선물. 날 더 단단하고 굳건하게 만들어 줄 축복의 시간이야. 언제 또 먹구름과 폭풍우가 동반할지 몰라. 그래도 선선하게 두 눈 감고 감상할 당신과 나의 모습을 상상해. 흔들리지 않고 두 손 끝까지 꼭 잡자. 그럼 다음날 또 태양이 뜰 테니까.